2006년 04월 25일
생명과학이란 무엇인가?(4) / 김우재
 

7.    생명과학 기초 배양을 위한 중고교 시절 학과목


생명과학은 자연과학의 분과입니다. 모든 분야의 과학은 결국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연현상에 대한 설명’ 나아가서는 ‘자연현상을 응용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자연과학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생명과학을 전공하기 위해서는 중고교 시절에 자연과학분야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과학은 암기과목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자기 주변의 모든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려는 노력이 바로 자연과학자의 자세입니다. 하버드 대학의 생물학자이자 개미 연구가로 유명한 에드워드 윌슨 교수는 어린 시절 바닷가에서물고기 관찰을 위해 낚시를 하다가 한쪽 눈을 실명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다른 쪽 눈의 시력이 유달리 좋아져서훌륭한 관찰자가 되었습니다. 어느날 윌슨 교수가 산책을 나서는 데몇 미터도 못 가서 산책이 끝나 버렸다고 합니다. 산책로의 입구에 서있는 나무뿌리 앞에서 그 나무를 중심으로 한 엄청난 미세 생태계에 매료되어 더 이상 산책을 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남들은 쉽게 지나쳤을 사소한 것들에 관심을 갖는 태도가 자연과학자로서의 요건임은 부정할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자연과학도 결국 인류사회에 기여할 수 있으려면 응용을 전제로 해야 합니다. 그리고 과학의 성과를 응용하기위해서는 올바른 철학과 가치관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협소한 시각을 가진 소위 ‘상아탑에 갇힌 과학자’가 되지않기 위해서는 철학과 다른 인접학문에 대한 교양도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생명과학을 전공하고 벤처기업을 만들려고 해도 과학만을 잘해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결국 현대의 과학자에게는 ‘르네상스 맨’과 같은 종합적 사고가 요구되고있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역사학과 윤리학을 비롯한인문학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중고교 시절부터 요구됩니다.

과학은 인문학과는 다르게 전세계 모든 과학자들에게 이해될 수 있는 공통의 언어를 가집니다. 이를 ‘과학적 언어(Scientific Language)’라고 부르며 대부분의 논문들은 이러한 기준에 맞추어 모든 과학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작성됩니다. 하지만 이제 이런 대부분의 논문들이 영어로 작성되고 있습니다. 결국 영어가 과학의 언어가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Genome을 ‘게놈’으로잘못 발음한 일부 언론의 잘못도 이러한 과학적 언어의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따라서 중고교 시절부터 영어과목에 대한 선이해는 필수적입니다. 대학원의 모든 교수님들이 학생들의 영어실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이를 가장 기본적인 능력으로 평가하는 이유도 영어가 과학적 언어로서가지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어능력 중 읽기는 논문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능력이며 쓰기 능력도 논문작성에 필수적입니다. 듣기와 말하기도 외국학회에서의 발표 및 국제화 시대에 발 맞춰 나가려면 매우 중요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어 능력만으로 과학자로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글쓰기를 매우 싫어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명문 공과대학인 MIT 공대의 경우 가장 잘 팔리는 책은 ‘스타일의 요소'라는 작문 책입니다. 과학기술자에게 쓰기는 지식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대중은 물론 같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정보를 습득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또한 요즘 과학기술 논문은 대부분 공저이기 때문에 글쓰기가 하나의 협동과정입니다. 특히 요즘에는 자료들이 e메일을 타고 빠르게 돌아다니기 때문에 글쓰기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국어교과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작문은 과학자에게 점점 더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되어갈 것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니 결국 생명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교과가 다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생명과학은 종합적 이해를 요구하는 21세기의 최첨단 학문이며 이를 위해 많은 학문적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점점 더 전문화되는 연구분야덕분에 다른 연구자들과의 의사소통은 과학자의 연구실적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결국 과학자가 '실험실에 갇혀 사는 괴물'이라는 이미지는 구시대의 산물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현대의 과학자는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인간관계를 위해 노력하고 동료간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연구의 실적을 배가시키는 '능동형의 인물'로 표현됩니다. 좋은 생명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결국 건강한 가치관을 가진 인간이 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8.    생명과학의 연관 학문 (타학문 진출 연관성 및 제학문 혹은 간학문적 연관성)

  

인간에 대한 모든 학문에서 생명과학은 그 기초가 됩니다. 인간 또한 Homo Sapiens로서 영장류의 일종이기 때문에 인간의 생물학적 기능을 연구하는 인간생물학도 생물학의 한 분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얼마전 뉴스에도 보도가 되었듯이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 차이는 1%정도에 불과합니다. 물론 우리 인간은 언어를 사용하고 문명을 이룩할 정도로 다른 종들과는 차이가 있지만 우리 몸의 내부에는 지구 초기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DNA의 정보가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보았을 때 많은 사회과학분야와 생명과학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선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는 학문인 심리학은 결국 뇌과학분야와 많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심리학이 자연과학의 한 분야로 들어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심리학과가 인문학부로 편성되어 있지만 신경과학과 뇌과학이 급속한 발전을 이룩하고 있는 최근의 경향을 반영한다면 자연과학분야에 편입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마음에 대한 접근은 생명과학을 기초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들어 우울증, 정신분열증, 자폐증과 같이 정신의학에서만 다루어지던 질병들이 분자유전학의 도움을 받아 그 실체가 밝혀지고 있습니다.

무병장수가 중요한 현대사회의 생명과학을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기초의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학은 생명과학의 성과들을실제로 환자들에게 적용하는 학문입니다. 최근들어 유전자치료나 DNA 백신, 줄기세포치료등의 최첨단 의학치료 연구가 활발한 데 이러한 모든 성과들이 생명과학자들에 의해 탄생한 것입니다. 노벨상의 생명과학분야가 "생리의학상"으로 되어 있는 이유도 생명과학의 궁극적 목적이 인류의 복지 향상에 있음을 천명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당뇨병, 위암, 간암, 폐암, 치매, 백혈병, 관절염, 감기 게다가 최근들어 기승하고 있는 사스까지 인류의 역사는 항상 질병과 함께 해왔습니다. 중세 유럽에서는 흑사병 때문에 전체인구의 1/3이 죽음에 이르렀고, 우리나라도 조선시대에 천연두 때문에 많은 인명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러한 전염병을 정복하는 데 큰 공헌을 한 학문이 바로 기초의학 혹은 생명과학입니다. 소아마비 백신과, 천연두 백신의 개발로 어린아이들의 사망률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한 학문도 바로 생명과학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생명과학과 의학은 이제 경계를 나누기 힘든 학문이라고 하겠습니다.

인간의 질병치료가 인류의 숙원 중 하나라고 한다면 환경을 치료하는 것도 인류의 숙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 새만금 사업과 원자력 폐기물 시설부지 확보등으로 나라가 들끓고 있습니다. 이런 모든 논의들에 생명과학이라는 학문이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유전자 조작 농산물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과학자들에 의해 조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가 환경을 생각하고 살리고자 한다면 생명과학에 대한 이해는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인류가 걸어온 잘못된 길을 다시 걷지 않고자 한다면 이제 과학과 사회가 긴밀히 대화하는 통로가 만들어져야 하고, 생명과학은 그런 통로의 중심에 서 있어야 합니다.

최근 선진국들의 학문적 방향은 간학문적 연구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자신의 전공에 사로잡혀 다른 학문을 쳐다보지 않는 태도는 구시대의 연구방법입니다. 이제는 학제간 사고를 가지고 잡종적지식을 만드는 과학자야 말로 21세기의 왓슨과 크릭이 될 수 있습니다. 왓슨이 생물학자였고, 크릭이 물리학자로서서로 간학문적 대화를 통해 DNA의 구조를 밝힐 수 있었던 것처럼 21세기의 화두가 될 "인간의 마음", "인간의 질병", "인간과 환경" 이 세가지 주제들은 생명과학과 다른 학문이 서로 소통하는 가운 데 그 실마리가 풀릴 수 있을 것입니다.


9.    생명과학계의 스타들


스타란 연예계에만 존재하는말이 아닙니다. 실제로 미국과영국 등 과학이 대중적 이해를 받고 있는 곳에는 스타과학자들이 많이존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타계한 칼 세이건이나 스티븐 제이 굴드 같은 분들이 이에 속할 것입니다.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의 리쳐드 도킨스 같은 교수도 생명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평생을 힘써 온 스타 과학자 중의 한명입니다. 또한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는 MIT 공대의 스티븐 핑커 교수도 많은 저술들로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 서는 스타 과학자입니다. 최근엔 우리나라에서도 서울대학교의 최재천 교수님의글이 교과서에 실리면서 스타과학자의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스타 과학자들의 존재는 과학이 우리나라 사회에서 어떤 위치를 가지게 되는가에 매우 중요합니다.

대중과학 저술로 스타가 된 과학자들도 많지만 꾸준한 연구로 전세계적인 인정을 받은 과학자들이 더더욱 많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과거에는 우장춘 박사를 비롯하여 최근엔 세계최초로 복제소 ‘영롱이’를 탄생시킨 황우석 박사가 있습니다. 황우석 박사는 수의학을 전공했지만 생명과학분야에 뛰어들어 체세포 복제와 줄기세포 연구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연구팀을 가지고있는 분입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프로테오믹스이용 기술개발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유명희 박사도 상대적으로 여성이 적은 과학분야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과학자중 한 분입니다. 유명희 박사는 ‘과학점수를 백 점 맞는 것보다 과학을 좋아하는 학생이 미래의 훌륭한 과학자가 될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공자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 합니다. 이 말은 과학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구절로 마음에 새겨둘 만 한 명언입니다. 유명희 박사와 더불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인간유전체기능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는 유향숙 박사도 인간게놈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정도로 그 분야에서 매우 앞서가는 여성과학자입니다. 또한 물리학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녹색대학'을 설립한 장회익 녹색대학 총장도 생명과학분야의 스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생명과학 분야의 최고저널로 Cell이라는잡지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Nature나 Science가 유명하지만 이 두 가지 잡지는 일반 대중들에게 과학계의 새로운 지식을 알려주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하지만 Cell은 한 분야의 가장 앞서가는 연구, 또 그 분야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연구결과들만을 싣는 것으로 매우 유명합니다. 2000년까지 우리나라 과학자의 이름으로 이 잡지에 논문이 게재된 일은 없었습니다. 그만큼 Cell지는 출판이 어렵기로 소문난 분야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충북대학교의 배석철 교수가 2001년 이 저널에 위암관련 유전자를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지방대학교의 조그마한 연구실에서 자신의 사비를 털어가며 연구한 배교수님의 업적은 금새 매스컴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고 현재는 충북대학교측에서 큰 연구소를 따로 지어 배교수님의 연구를 전폭 지원하고 있습니다. 배석철 교수님의 일화는 열정과 끈기를 가진 과학자라면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결국 성공하고 만다는 "성공신화"를 보여줍니다. 생명과학자들에게는 돈을 많이 버는 것만은 성공이 아닙니다. 과학계에 자신이 발견한 사실들이 어떤 가치를 가질 것인가, 내가 발견한 것들이 인류의 복지에 어떤 도움을 줄 것인가가 과학자들에겐 더욱 중요합니다. 배석철 교수님처럼 한 우물을 깊게 파는 스타과학자들이 많이 배출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물질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과학자의 길을 부러워하게 되지 않을까요?

과학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되는 현대사회에서 과학자들도 스타가 되고 나아가 중국정부처럼 이공계 출신의 인사들이 정부의 고위관료가 되는 시대가 우리나라에도 곧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


10.   생명과학자


아주 오래 전 아인슈타인 박사가 상대성 이론을 발견한 이후 많은 사람들이 물리학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영광은 생명과학분야에 찾아왔습니다. 실제로 현재 우리나라의 물리학과, 화학과의 많은 과학자들이 생명과학분야와의 연계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1세기의 인류에게 건강과 환경이라는 두 가지 화두는 두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주제이며, 이 두 가지 분야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학문이 바로 생명과학입니다. 앞으로 100년 아니 그 이후로도 생명과학의 발견들은 끊이지 않을 것이며 지속적인 연구가 추진될 것입니다.

생명과학자들은 생명을 연구하는 사람들입니다. 별을 연구하는 천문학자들은 별에 직접 가볼 수 없지만, 생명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는 주변에 널린 것이 모두 실험대상입니다. 이 점은 과학에서 매우 중요한 점을 말해줍니다. 연구하고자 하는 대상이 많으면 많을수록, 또 그 대상에 접근하는 것이 용이하면 용이할수록 과학은 발전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현재 생명과학자들에게는 엄청난 정보들이 누적되어 있습니다. 앞으로의 생명과학은 그 엄청난 건초더미 안에 숨어 있는 비밀의 열쇠를 찾는 작업이 될 것입니다.

글의 서두에 말했듯이 이 세상의 누구도 자신 있게 생명을 정의할 수 없습니다. 현대생명과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생명이라는 경이로운 현상의 진의에 관해서는 어떤 합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도대체 생명이란 무엇입니까? 우리가 매일 세수를 하면서 죽이는 수십만의 세균들도 생명이 있고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살리고 싶어하는 아이에게도 생명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생명과학자들은 아직 그러한 질문에 대답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생명과학자들이 대답할 수 없다면 이 세상의 누구도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과학자들은 생명이 있는 곳에 희망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희망을 찾아가는 탐험가들입니다.

by PoBio | 2006/04/25 11:29 | Life Science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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